사비 알론소가 며칠전 공식적으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Put aside all hard feelings, 마드리드에서 분명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선수였기에 올리는 헌정 포스트입니다.
발표 당일에 시작해놓고 눈 때문에 정신 없어서 여태까지 방치해두던 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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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 알론소의 풀네임은 하비에르 알론소 올라노로, 1981년 11월 25일에 스페인 톨로사에서 태어난 축구선수입니다. 2009년 결혼한 나고레 아란부루 여사님과 아들인 욘, 딸인 아네와 엠마, 세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바스크 지방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때 영화의 아역배우로 캐스팅 되어 영화배우가 될 뻔할 일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지금의 축구선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레알 소시에다드 유소년팀에서 뛰던 알론소는 00-01 시즌 2부 리가에 있던 아이바르에 임대를 다녀온 뒤, 프리메라 리가 데뷔전을 치뤘습니다. 네 시즌을 라 레알에서 뛴 알론소는 2004년에 리버풀로 이적했고, 그곳에서 축구 역사에 기억될 순간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후 리버풀 역대 가장 비싸게 팔린 선수 Top 5에 들며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알론소는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챔피언스 리그, 유러피언 슈퍼컵, 프리메라 리가, 코파델레이, 스페인 슈퍼컵 등 골고루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2002년 대표팀에 첫 승선한 이후, 알론소는 ‘무적 함대’라 불리던 대표팀의 황금기를 함께하며 2008년 유로, 2010년 월드컵, 2012년 유로 우승에 일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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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론소 선수 생활 중 가장 유명한 순간을 꼽으라 하면 주저없이 이스탄불의 기적이 나오겠지만, 여긴 마드리드 블로그이니 ‘마드리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들을 짚어봅니다.
알론소가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5년 중 가장 ‘달콤한’ 순간은 의심의 여지 없이 2012년 4월, 2-1로 이기며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팀만큼이나 그가 위대했던, 캄프누에서 열렸던 엘 클라시코일겁니다. 첫 세시즌 동안은 대표팀 동료인 챠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 이니에스타에 밀려 ‘피치 위에서 보이지 않았다’ 같은 혹평을 들었지만, 그날 밤 알론소는 중원을 지배했고 이제는 유명한 빈 캄프누를 내려다보는 ‘발 셀피’를 올려 자축했습니다.
이러고 있는 모습이 한 기자에게 포착되기도 했죠. #인셉션셀피
카를로 안첼로티의 마드리드가 2014년 챔스 4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 후에 두 사람 모두 가게 되는 - 떨어뜨렸을때도 알론소는 커버도, BBC의 공격을 돕는 역할도 해내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습니다. 모든게 - 이미 스코어는 4-0였고 마드리드가 통제권을 쥐며 - 잘 풀려가고 있을때, 알론소는 슈바인슈타이거에게 한 파울로 경고를 받았습니다. 그의 커리어 중 가장 달콤한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운 밤이기도 한 날이었죠.
경고 누적으로 2014년 결승전에서 뛰지 못하게 되었지만, 알론소는 경기 전 에스타디오 다 루스의 피치 위를 누비며 존재감을 확실히 보였습니다 - 베르사체 팀 수트와 레이밴 선글라스, 손에는 커피잔을 든 모습을 ‘락스타’라며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죠. 그리고 그는 연장전에 터진 가레스 베일의 결승골 직후 경기를 관람중이던 스탠드를 뛰어넘어 사이드라인을 미친듯이 달려가 세레모니에 동참하여 모두의 기억속에 확실히 남았습니다.
이걸로 또 한경기 징계를 받아 다음 수페르코파 세비야전에 결장한 건 비밀입니다.
3.
알론소는 중원의 사령관, 패스 장인, 기타 등등 축구 선수로써의 별명도 많지만 축구 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이기도 합니다. 우리소라던지 아들 욘은 송아지라던지
잘생긴 축구선수
또 ‘잘생긴’ 축구선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게 사비 알론소입니다. 아디다스 모델이야 말할 것도 없고 보그 화보, 미스터 포터 화보, IWC 브랜드 홍보대사, 에미디오 투치 모델, 포르쉐 디자인 모델을 두루 하며 클래식한 패션 센스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미드광
미드 덱스터의 주연을 맡은 마이클 홀과 굉장히 닮아 별명 중 하나가 덱스터인 알론소는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종종 덱스터 관련 트윗을 올려 팬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한때 트위터 프로필 사진이 덱스터였던 적도 있었죠). 덱스터 뿐만 아니라 더 와이어, 파르고, 나르코스, 트루 디텍티브 등 온갖 미드는 섭렵한 팬이죠 (흔한 미드 덕후).
El jefe
차분하고 중후한 성격으로 잘 알려진 알론소는 선수들에게 ‘El jefe, 혹은 보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짬밥순으로 캡틴 완장을 차는 마드리드에서 골키퍼 포지션 때문에 종종 경기 중 팀을 조율하기 어려운 카시야스를 대신해 좋은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논란이 됐었지만 오프 시즌 중 마르카에서 진행했던 ‘차기 주장은 누구?’라는 투표에서 74%로 압도적인 1위를 했던 전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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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한 이미지로 대표되는만큼, 간증(...)도 여럿 있는데 저도 하나 보태볼까 합니다.
마드리드에 있을때 종종 발데베바스를 찾아갔는데요, 그 중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차를 세워주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던 건 사비 알론소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대단한게 욘을 데리고 훈련장에 왔던 차라 뒷좌석에 아들이 앉아있는데도 차를 세워주더라구요.
선수별 엽서를 사들고 가서 사인을 받아왔었는데, 알론소는 두번이나 엽서에 사인을 받고 한번은 경기 티켓에 사인을 받았더니 나중엔 엽서 어디서 샀냐며ㅋㅋㅋㅋㅋ 관심도 보이고 네임펜 제껀데요! 했더니 어디서 왔느냐, 마드리드엔 무슨 일로 왔냐 물어보기도 하더라구요. (안되는 스페인어...)
하여튼 그때 일들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급마무리. Wish you all the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