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거대한 조직이 실패할때는 갑자기, 그리고 빠르게 몰락합니다. 가끔씩 최소한의 경고만을 주고 무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치
2008년 은행위기때처럼 말이죠. 더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는 조직이나 기관을 벼랑끝으로 몰아내는 어떠한 큰 이벤트 - 2008년
미국 자동차 업계를 생각해보세요 - 이전에 지속적으로 천천히 몰락이 이루어지는 케이스입니다. 이렇게 꾸준한 하락세는 보통 잘못된
결단들과, 조직의 실패한 투자 혹은 충분하지 못한 투자, 그리고 최종적인 몰락이 일어나기 전 최고의 직원들을 떠나게 만드는
조직의 리더십에 대한 내부적 자신감 결여 등이 주 원인을 이룹니다. 이런 문제들은 한때 성공적이었고, 그 영광을 재현하려고 노력하는
조직들에게 특히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이 일반적인 패턴은 대상이 비즈니스든, 비영리 자선단체든, 심지어 영국 축구클럽이든지 간에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
블로그는 아스날이 선수에 대한 투자가 라이벌 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지만, 클럽의 보드진과 감독이
모두 옹호하고 있는 그 전략의 일부분은 트로피를 '다른 방식'으로 이긴다는 매력적인 약속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유망한 선수들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아스날은 벵거 감독의 재임기간 중 트로피로 장식된 첫 7년을 포기하는게 아니라, 돈을 쓰는것만이
우승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성공의 연장은 기대되고 있다고 말하는겁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세상에 맞선 우리들"이라는 만트라에 대한 적절한 이유를 만들어주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이 매력적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 약속이 됩니다. 깨진 약속은 선수들 사기를 저하시키고, 사기가 저하된 선수들은 그들이 갈구하는 우승을 위해 다른 팀을
찾아보게 만들죠. 이건 지난 몇시즌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 지난 시즌 사미르 나스리와 가엘 클리시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우승을
현금교환하고, 이번 시즌 로빈 반 페르시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에서 우승하는게 확실시 되어
보이면서 말입니다.
10년이란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스날은 영국 축구 역사상 두번째로 무패우승을 이룬 팀에서 여덟시즌째 무관을 바라보는 팀이
되었습니다. 이 연속적인 무관을 깰 수도 있었던 2010-11년 리그컵 결승에서의 마지막의 실수는 확실히 따끔했지만, 이번 시즌
똑같은 컵대회와 FA컵에서 하위리그 팀에게 탈락당한 건 선수들 사기에 더 나쁜 결과입니다. 어떻게 구단주의 잘못된 경영이 조직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지의 대표적인 사례였던 블랙번과 토요일 맞붙어 패배했는데, 이것은 아르센 벵거의 재임기간 중 FA컵에서
하위리그팀에게 진 첫번째 경기입니다. 이 날 벵거의 개인적인 판단은 - 보통 선발인 잭 윌셔, 산티 카솔라, 테오 월콧 - 그가 이
경기를 그저 빨리 치르고 화요일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한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을 위해 선수들을 아끼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이건 아스날이 챔스 조별예선 라운드에서 심각한 위협을 가할수 있는 팀이었을땐 수긍할수 있는 판단일지도 모르겠지만, 올해 아스날은
우승가능성이 1% 미만으로 예상됐고, 심지어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한 홈 1차전에서 이길거라는 예측도 거의 없었습니다. 독일
챔피언이 될 확률이 높고,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진출할 확률이 세번째로 높은 팀에게 지는건 변명이 가능합니다. FA컵에서
블랙번에게, 홈에서 지는 건 그렇지 않고, 클럽과 감독에게 더 큰 정신적인 충격이죠.
벵거의 라인업은 그의 "빨리 끝내버리자" 멘탈리티에 충실히 반응했습니다. 그들의 플레이는 나태했고,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이었습니다.
다급함은 70분 경, 주전들이 세명 한꺼번에 교체됐을때에나 찾아왔고, 유명한 아스날 블로그인 7AM Kickoff가 "아스날은
80분까지 선수들 이름을 호명하는걸 미뤄야해, 그때쯤 이 팀이 뛰기 시작할거잖아" 라는 트윗을 하게 했죠.
마지막 14분의 격렬한 플레이는, 그 전의 80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걸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블랙번은 한때 FA컵의 성채로
불렸던 곳에서 자축을 하며 떠났고, 잭 윌셔와 올리비에 지루는 혼란스러움에 머리를 흔들며 피치를 떠났습니다. 벵거는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평소처럼 불운을 빙자한 이유를 내세웠고, 그 중 압권은 아마 그의 감독 철학과 일요일 경기에서 구너들이 마주했던
현실의 큰 차이를 잘 드러내는 말이었습니다: "단 하나의 실패도 용납할 수 없다. 모든 경기를 이기기 위해 이 일을 맡고 있는
거다."
맞는 말이지만, 모든 실패가 똑같은 이유로 인해 생기는 건 아닙니다. 보아하니 벵거는 전쟁을 이기리란 희망을 가지고 자원을 비축하며
전투에서는 지는 철학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이라는 '전투'가 올해 거의 이기기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토요일엔 그 반대로 할 필요를 못 느낀 것 같아 보입니다.
The
Blizzard 7호에 벵거의 아스날 감독직에 대한 포괄적인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기사는 벵거와 클럽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는건지, 아니면 2004년 이후 낮은 선수투자비용으로 인해 기대치가 낮아진건지를 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벵거는 그의 선수 평가가 예상한 것보다 경기당 평균 0.48점 이상을 얻었습니다. 다른말로 38경기 시즌에 13점 이상을
얻었다는 얘기죠. 아스날은 팀으로써 이번 시즌 선수감정 결과가 예측한 점수보다 평균 0.19점 이상을 얻고 있고, 시즌 전체를
놓고보면 초과달성치는 단지 7점에 불과합니다. 이번 시즌은 아브라모비치 시대 이후로 벵거의 두번째로 좋지 못한 시즌입니다
(2005-06시즌 벵거는 경기당 0.09점 혹은 시즌 내내 3점의 초과달성을 이뤘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05-06시즌
아스날은 여전히 리그에서 세번째로 비싼 팀이었고, 팀은 알렉산더 흘렙, 아부 디아비, 엠마누엘 아데바요르와 테오 월콧을 사들이며
선수에 투자를 했으며, 팀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도달했고, 리그는 4위로 마감했으며, 하이버리에서의 93년 역사를 마치고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희망찬 미래로 새출발을 시작했다는겁니다. 그리고 이후 7년간 그 희망은 좌절, 체념, 그리고 아스날 팬들과
선수들이 믿음의 상실로 변했죠.
이번 시즌은 아마 아스날과 벵거의 싸게 우승하기 전략 실험에 마침표가 될수도 있습니다. 요즘의 아스날처럼 선수에 돈을 쓰지 않는
팀은 보통 EPL에서 7위로 시즌을 마칩니다. 이 말은, 아스날의 지속적인 3위-4위 피니시는 사실 초과달성이며, 언젠가는 평균을
향해 되돌아갈테고, 그때가 오면 어떤 통계학적인 증거로도 클럽이 하락세라는 여론을 돌릴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지난시즌 3위라는
결과는 오직 토트넘이 시즌 후반부에 이기지 못한것과, 첼시가 예상을 깨고 예상승점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번 시즌 두
팀은 모두 훨씬 잘하고 있고, 아스날은 훨씬 못하고 있죠 (그들은 -12 ISG 계수를 가지고 있으며, 2월 현재 두번째로 가장
큰 수치입니다). 말하자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 확률이 36%라는 얘깁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는 톱클래스 선수들을
데려오는게 더 힘들어지고, 최고의 이적료과 주급을 주는 구단이 아니라는 이미지가 있을때 챔스 진출이 불확실하다는 건 그런
재능들에게 위험 감수를 설득시키고, 데려오는게 훨씬 비싸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모든 건 벵거에게 어떤식으로든 돌아올겁니다. 그의 초기 성공은 사람과 클럽에게 굉장히 의존해 있었는데, 그건 클럽이 한두명의
선수를 사오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만들어냈습니다. 사실 현실은 유럽도 아니고, 영국의 톱클럽들과
경쟁하려면 거의 100m 파운드가 필요한데 말입니다. 지난세월 최고의 재능들은 - 아데바요르, 파브레가스, 반페르시, 그리고 다른
선수들 - 모두 감독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보드진이 벵거에게 이적자금을 준다고 해도, 선수들이 천천히
침몰하고 있는 아스날이나 사이드라인에 서있을때 계속 화나고 분노해 있는 것 같은 감독이 있는 팀으로 올지 안올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벵거가 선수들에게서 경기력을 쥐어짜내며, 보드진이 원하는 매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와 그에 따른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만, 그 경기력의 많은 부분은 좋은 사기와 클럽의 매니지먼트 규율이 리그순위 상승에 팀이
경쟁력을 보인다는 걸 의미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만약 순위가 5위나 그 아래로 떨어지고, 컵 대회에서 재앙과도 같은
성적, 그리고 몰락하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 믿음이 깨진다면, 이야기는 매우 달라집니다.
아스날에서 벵거의 계약은 향후 몇년 안에 끝날 겁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찾아올수도 있겠죠. The Blizzard
기사에서는 지난 두 시즌동안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스 정책을 만드는 주춧돌이 되었던 중요한 선수들이 떠나며 그의 위대한 실험이
죽음을 맞이했다고 말했습니다. 남은건 젊음과 약속으로 만들어진 팀의 껍데기와, 그걸 지탱하고 있는 가장 얇은 실들이죠. 아스날
보드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하고, 그 결정들은 미루면 미룰수록 상황을 더 악화시킬겁니다. 벵거를 재신임하는 시나리오 중 단
하나의 합리적인 시나리오는 반드시 그에게 많은 액수의 이적자금을 주고, 선수영입에 쓰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 포함되어야합니다.
클럽은 UEFA의 FFP 룰이나 EPL의 연봉룰의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그 룰들이 현재의 지출레벨에 아주 미미한 변화만을
줄테니까요. 이 시나리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 벵거가 나가고, 새로운 얼굴이 제한된 (클럽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한된 선수영입자금을 가지고 아스날의 운명을 되살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선수들과 팬들은 기간이 얼마나 되든지 간에 클럽 리더십이
클럽의 상황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사인이 필요합니다. 똑같은 지출 철학을 가진 똑같은 감독을 머물게
하는건 현재나 미래의 선수들에게 별로 위안이나 격려가 되지 않고, 팬들에게는 더 심한 좌절감을 몰고 올겁니다. 결과적으로 이건 더
낮은 매치데이 수익과 광고 수익으로 구단 재정에 타격을 줄 수 도 있습니다.
클럽은 언제나 감독보다 커야하고, 이건 아스날의 지출 규정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벵거의 계약이 빨리 끝나는 걸
봐야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른 시나리오는 아스날을 극적인 몰락의 벼랑끝, 리그 테이블 더 아래쪽으로 밀어낼테고, 그건 클럽이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능력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어느정도의 손해를 감수하고 성공적으로 피치
안팎에서 리빌딩을 이뤄내는 팀이 되는 것이 낫지, 지금처럼 계속 연간 매출에만 신경쓰고, 최고의 선수들이 돈을 더 쓰려는 라이벌
팀으로 떠나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영원히 강등당하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