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도시를 연고로 한 두팀이 맞붙는 결승전이 벤피카의 홈구장이기도 한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스타디오 다
루즈에서 열렸습니다. 현지시각 8:45PM에 킥오프한 결승전 전에는 마드리드 팬들이 리스본을 점령하다시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리스본에 마련된 레알 마드리드 팬존에는 라울, 이에로, 미야토비치, 헨토, 아만시오와 같은 레알 마드리드 레전드들이
참석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으며, 마드리드에서는 양 팀 모두 경기장에서 경기 생중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8만명이 조금 넘는 규모의 베르나베우와 5만5천명 규모의
비센테 칼데론은 양팀의 팬들로 전석이 꽉 찼다고 합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 생중계 무료티켓을 선착순으로 배포했습니다.)
전반 9분,
말 태반 치료를 받기까지 했던 디에고 코스타가 햄스트링 부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아드리안 로페스와 교체되었습니다. 선발
기용부터 이래저래 얘기가 좀 많았는데 결국은 교체카드 한장만 날린 셈이 되었죠.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호날두의 무릎을 찍고
카르바할에게 백태클이 들어가는 등, 아틀레티코 '특유의' 거친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주심은 지난 컨페드컵
브라질-스페인전에서도 육탄전을 방불케하는 경기를 만든 장본인으로 스페인 현지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여지없이 논란이 있는 판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i.e. 백태클, 라모스에 대한 불필요한 경고, etc.) 전반 32분 베일이 완벽한 찬스를 얻었지만, 왼발 슈팅이 어이없게도 골대를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전반 36분 코너킥 상황에서 고딘의 헤딩과 카시야스가 불필요하게 골대 앞으로 나서는 실수가 겹쳐 먼저 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전반 내내 프리킥, 코너킥 등을 내주며 고전하던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55분
호날두가 오른발 슈팅으로 기회를 노려보았지만 빗나갔고, 후반 59분 레알 마드리드는 코엔트랑과 케디라를 빼고 이스코와 마르셀로를 교체투입했습니다. 이후 체력적 이점을 살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 73분 또 한번 결정적인 찬스를 베일이 놓치고 맙니다. 왼발이 문제. 지치기 시작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거친 파울이 많아지며 카드도 많아졌고, 버스를 넘어 흡사 벽 같은 수비를 펼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로 인해 그리고 83분 필리페 루이스의 리스본st 중동축구와 함께 라 데시마가 멀어졌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규 90분이 끝나고 인저리 타임으로 주어진 5분 중, 후반 93분 루카 모드리치가 중앙을 향해 올려찬 코너킥을 그대로 라모스가 헤딩으로 왼쪽 아래 코너에 꽂아넣으며 천금같은 동점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잠깐의 작전 타임 겸 휴식 후 연장전반에 돌입한 두 팀은 연장 97분 이스코가 패스한 공을 호날두가 오른발로 때려보았지만 빗나갔고,
서로 코너킥을 한두번씩 주고 받으며 별다른 수확 없이 15분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연장 후반에 돌입해 109분 고딘이 또 한번
마드리드 문전에서 헤딩을 해보았지만, 이번에는 카시야스가 잡아냈습니다. 그리고 연장 110분, 가레스 베일이 디마리아의 슛어시스트를 받아 헤딩으로 역전골, 골든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양측이 프리킥을 주고받다가 연장 118분, 마르셀로가 박스 바깥에서 때린 왼발슈팅이 그대로 골대 오른쪽에 꽂히며 쐐기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심판은 과한 세레머니로 마르셀로에게 카드를 주었습니다 어휴 또 연장 120분에
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가비가 호날두에게 파울을 하며 페널티킥을 내주었습니다. 호날두는 쿠르트와를 완벽하게 속인 페널티킥으로 추가
득점을 뽑아냈고, 유니폼을 벗어 세레머니를 하며 카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4분 후, 경기는 그대로 끝나며 레알 마드리드는 12년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며 라 데시마라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또한 이번 결승전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 200번째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사진들: (이곳)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사진 새로 저장하는 속도가 업로드 속도를 못 따라가서 (...) 이편이 따로 저장하시기에도 편하실테구요! (라커룸 공홈사진)
호날두의 네번째 골이 들어가고 나서 카시야스는 엉엉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난 후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은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포스트매치 기자회견에 난입ㅋㅋㅋ하기도 했습니다 (영상) 마르카(메인)에서는 라데시마 헌정 영상을 걸어두었으며, (이곳)
에서는 선수들이 마드리드에 도착해 시벨레스 광장에 들를때까지 하이라이트, 인터뷰 등을 방송하며 시벨레스 축제현장 중계도 보실수
있습니다. 현재 (8:30AM, 현지시각 1:30AM) 아직도 스쿼드는 리스본 공항에 있다고 하네요.
워낙 많은 인파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 등 레알 마드리드의 버스는 굉장히 사비 알론소보다 느린 속도로 마드리드 시내를 가로질러 현지시각 새벽 다섯시반쯤에야 시벨레스 광장에 도착했는데요, 이미 시벨레스에는 5만여명이 넘는 팬들이 경기 직후부터 거의 밤을 새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Lap of honor처럼 (저화질영상)
시벨레스 광장을 한바퀴 천천히 돈 버스는 마르셀로와 아르벨로아부터 여신상과 분수 주변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갔고, 뒤를 이어 다른
선수들과 안첼로티 감독님이 빅이어를 들고 올라섰습니다. Gracias Madridista라고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가 적힌
무대를 한바퀴 돌며 선수들이 우승의 기쁨을 가감없이 보여주었고 특히 알론소, 모드리치 = 주정메이트, 누군가 라모스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며 분위기가 더 달아올랐습니다. 라모스는 노래를... 불렀구요, 이내 마이크를 이케르 카시야스에게 넘겼습니다.
'리스본에 와주고 베르나베우에 있었던 팬분들 모두에게 감사한다'라며 말문을 연 카시야스는 '세르히오의 골이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 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Cómo no te voy a quere, si me has hecho campeón de europa por décima vez라
며 기존의 노래에 뒷부분을 '우리가 유럽 챔피언을 열번 했는데'로 개사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 다음 라모스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연호하며 마이크를 넘겼고, 호날두는 굵고 짧게 Hala Madrid를 외쳤습니다. 아르벨로아에 이어 루카 모드리치 역시
마이크를 잡았었습니다 괜히 다비드 게타 닮은꼴이 아니었습니다. 아르벨로아는 '내일 루카 머리 잘라줄거에요!'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는지는 이따 베르나베우 행사를 봐야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쿼드는 무대를 한바퀴 더 돌았고, 카시야스와 라모스는 시벨레스 여신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습니다. 카시야스는 말로만 라모스가
데시마 우승을 도왔다고 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통적으로 주장이 해왔던 일을 라모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라모스는 카시야스와 베소를
나누고 나서 카시야스가 풀어주는 스카프와 깃발을 시벨레스 여신상에 묶어주고, 여신상에 키스했습니다. 그리고 주장과 부주장이 나란히
열번째 빅이어를 들어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시야스가 12년동안이나 기다려온 순간을 기꺼이 라모스에게 양보했다는 게 굉장히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선수들이 약 한시간동안 시벨레스에서 축제를 즐긴 후 다시 버스로 돌아가 광장을 떠난 시각은 새벽 여섯시 반이었습니다. 이미 해가 떠서 하늘이 밝아져오고 있었어요! 레알 마드리드는 오후 여덟시 반, 베르나베우에서 공식적인 라 데시마 우승 행사를 가지고, 9시에서 9시반쯤 다시 시벨레스로 와 축제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포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담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라 데시마 우승 기념 마드리디스타 가입 수수료를 €10까지 낮췄습니다. 경기티켓 선예매, 오피셜
유니폼/굿즈&베르나베우 투어 할인, 매거진 발송 등 여러가지 혜택이 있으니 아직 안하신 분들은 (여기)에서 가입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라 데시마 우승 기념 티셔츠가 오피셜샵에 올라왔습니다! (티셔츠) (유니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