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16-17시즌 라리가 우승 확정!

시즌 마지막 38R 경기인 말라가 원정에서 승리하며 레알 마드리드는 33번째로 라 리가 우승을 이뤄냈습니다! 팀은 현지 시각 새벽 두시쯤 시벨레스 광장에 도착해 셀레브레이션 행사를 가지고, 월요일 오전에 시청 등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APorLa33 #HALAMADRID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11-12 시즌 리그 역사상 최초로 승점 100점을 달성하며 우승한 이후, 라 데시마, 라 운데시마를 들어올리며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활약했지만 유난히 리그와는 인연이 멀었습니다. 지난 시즌엔 3위까지 떨어지며 시즌 중 감독 교체가 단행되기도 했죠. 올해엔 9라운드 빌바오전 이후부터는 유난히 변경이 많았던 경기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1위를 지켜오고 있었습니다. 

말라가전

프리매치

이번 말라가전을 앞두고 말이 많기도 많았습니다. 지난 92년, 93년 테네리페로 원정을 갔다가 지며 리그 우승을 바르셀로나에 넘겨주어야 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번에도 그러면 어떡해?’라며 스페인의 스포츠 신문들이 헤드라인을 뽑아냈었는데요, 비슷한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당시 테네리페 감독은 호르헤 발다노, 전 마드리드 선수였고, 그는 ‘무슨 표정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3월부터 말라가를 맡아 거의 강등 위기에 처했던 팀을 11위까지 끌어올린 미켈 곤잘레스 또한 8-90년대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드를 맡았던 선수입니다 (사실 전설적인 퀸타 델 부이트레의 멤버). 그는 팀을 재정비하며 바르셀로나를 2-0으로 이기고, 안달루시아 라이벌인 세비야에 4-2 승을 거두며 11경기 6승 3무라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주동안이나 테네리페 사건을 들먹이고 마드리드를 우승하게 해줄거냐는 물음에 미켈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코멘트가 너무 많다. 나는 위너”라고 응수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스포츠 판에서 밥 먹듯 당연한 음모론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하면 말라가는 이스코의 이적에 달려있던 옵션으로 백만유로를 챙겨가게 됩니다 (하지만 마드리드전에 져서 12위로 떨어지게 되면 비슷한 액수의 중계권료를 잃어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미켈의 아들인 아드리안은 아이바르에서 뛰고 있고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경기는 아이바르), 말라가 회장인 알-타니는 트위터에서 ‘카탈루냐 쓰레기들’ 같은 워딩을 사용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이 코멘트를 축협에 제소함). 

사실 이 음모론이 판치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잊고 있는게 있다면 그건 ‘actual 축구’입니다. 바르셀로나는 아이바르를 상대로 이겨야 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마드리드는 지지만 않으면 되는 상황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 내내 딱 세번 졌고, 지난 15경기에선 한번밖에 지지 않았습니다. 팀은 폼을 회복했고, 지난 세 경기에선 4골씩 득점을 했고, 호날두는 케어 받고 있으며, 심지어 두골을 넣은 지난 셀타전 이후 “올해엔 막판에 모든게 결정되기 때문에 조금 힘을 덜 썼다😎”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라리가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양강 체제’도 또 한번 두 팀의 팬이 아닌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평소엔 말라가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두 팀의 우승 행방이 결정될 경기에 갑자기 주목하질 않나, 말라가 선수들의 프로페셔널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쟤넨 마드리드가 이기게 해줄거야’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People grow up…  

매치리포트

선발라인업

레알 마드리드: 나바스; 마르셀로-라모스-바란-다닐루; 모드리치-카세미로-크로스; 이스코-벤제마-호날두 (4-3-3)

말라가: 카메니; 리카-에르난데스-비야뉴에바-토레스; 카마초-레시오; 조니-포르날스-케코; 라미레스 (4-2-3-1)

전반전

2’ 호날두 선제골! (이스코 어시스트)

- 레알 마드리드는 팀 역사상 최초로 전시즌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 원정 58골로 클럽 기록을 세웠습니다.

- 호날두는 팀 역사상 7시즌 연속 전경기 40골 이상 / 8시즌 연속 리그 25골 이상을 넣은 첫번째 선수입니다.

선제골 득점 이후 말라가에 약간 밀리는 양상을 보이며 프리킥도 몇개나 내주고, 오프사이드도 자주 걸리며 (쏘 티피컬) 조금 불안불안한 경기 운영을 했습니다. 나바스가 프리킥 선방을 몇개씩이나 해내며 잘 막아주어 다행이었죠. 

후반전

역시나 말라가가 더 강하게 나오며 유효슈팅 숫자를 넘어섰습니다. 초반부터 나바스가 또 열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선방 컴필레이션을 찍고 있네요. 

54’ 벤제마 추가골! (바란 어시스트)

코너킥을 라모스가 발리로 차 넣었고 카메니 골키퍼가 막아내며 튕겨나온 공은 바란에게 맞았고, 그 공을 벤제마가 차 넣었습니다. 주워먹기 골! 하지만 골!

65’ 이스코 off, 하메스 in; 카세미로 off, 코바키치 in. 

이스코의 200번째 레알 마드리드 경기라고 합니다. 이스코는 오늘 첫골도 어시스트하고 패스 정확도가 90%를 넘으며 오랜만에 찾은 로살레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72’ 벤제마 off, 모라타 on

벤제마는 한골, 오프사이드 세개를 선물한 후 모라타와 교체되었습니다. 이번 시즌 확실히 지난 시즌들보다 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다음 시즌은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

종료 휘슬이 울리며 레알 마드리드는 라 로살레다에서 33번째 라리가 우승을 확정 지었습니다! #Campeones 

하여튼 이번 시즌 역시 부상으로 점철되었는데 (김베일 이노무새기 진짜) 그나마 스쿼드 뎁스와 후반기 적당한 로테이션 덕을 보았습니다. 한명이 복귀하면 한명이 부상으로 스쿼드에서 제외되는 소위 ‘강제’ 로테이션이 적용되었지만 지단은 어린 선수들을 믿고 중용했고, 선수들은 거기에 보답을 해냈습니다. 루카스, 모라타, 코바키치, 아센시오, 모두 준수한 실력을 보이며 제 몫을 해냈고, 대체로 실수도 없는 깔끔한 경기 진행을 보여줬죠. 

지네딘 지단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던 모 감독의 발탁 소식, 오래가지 못하고 경질 소식이 나왔을때 지단이 감독 대행을 맡았고, 감독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점때문에 걱정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시간에 팀을 재정비하고 리그에선 1점 차이로 아까운 2등, 챔피언스 리그는 우승을 해내며  '신의 한수'였음을 증명해 냈습니다. 

선수 교체 타이밍이나 전략적인 실수 등 아직 보완할 부분이 분명 있는 감독이지만, 계속해서 변화와 실험을 해가며 ‘완벽한 플랜’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환일 뿐이며 그 ‘과정 중’에도 좋은 결과를 내는건 분명 그의 실력입니다. 그 과정 덕분에 소소한 재미와 고통도 보고 있고요.

이번 시즌 역시 이미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팀을 올려놓고, 5년만의 리그 우승을  일궈내며 말 그대로 센세이셔널한 감독 커리어를 쌓고 있는 그에게 보드진은 이미 계약 연장을 제안할 거라는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선수 생활이 성공적인 감독 커리어를 보장하지 않지만, 이렇게 잘 풀려서 레전드도 잃지 않고 트로피도 챙기고 일개 팬은 감사할 뿐이죠✌🏻

마드리드 갓 탤런트 (feat. 이스코/하메스)

시즌 내—내 이 드라마가 진행되었죠. 이스코는 이적설이 난게 언제였냐는 듯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움직임으로 ‘이스코 디스코’를 연호하게 만들었고, 벌써 4년째 40경기 넘게 뛰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의 다이내믹을 찾았습니다. 하메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10번 중 하나로 뛴 시간은 조금 적었을지언정 임팩트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경쟁자들보다 뒤쳐졌던 시즌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ref. 지난 엘클라시코). 이적 루머가 솔솔 피어오르는 시즌 말이지만, 다음 시즌에도 얼굴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두 선수 말고도 이번 시즌 마드리드 선수들은 말 그대로 온갖 포지션을 소화했습니다. 미드필드야 그렇다 치더라도 공격진도 끊임없는 변화를 보였죠. 호날두가 미들에 서질 않나, 모라타가 센터나 레프트윙에서 뛰고, 아센시오가 레프트윙과 레프트 중앙미드를 보고, 이스코는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 않고 뛰었습니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준수한 실력을 보이는 건 분명 인상적인 모습입니다. 

스쿼드 뎁스

물론 팀내 최고 득점은 호날두지만 (대체 누가 그를 넘어선단 말이죠), 이번 시즌은 비교적 득점 분포가 고르게 퍼져있었습니다. 예전에 2,3등을 합해도 호날두 득점수에 못미치던 시절과 비교해서 이번 시즌은 장족의 발전을 했죠. 모라타, 벤제마, 이스코, 하메스, 베일과 라모스 (!!!) 등 모두 팀의 100+ 득점에 기여하며 누구 한명에게 의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선수가 빠지더라도 똑같은 득점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리그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시스트 역시 크로스가 독보적이긴 하지만, 뒤를 잇는 마르셀로, 루카스, 이스코 등 5+ 어시스트를 찍고 있는 선수들이 일곱명으로 득점 루트가 다양해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가는 (스탯)

5년전 흰/금 유니폼 입고 아틀레틱 빌바오의 라 카테드랄에서 원정팀 최초(!)로 우승 확정을 지었던 마드리드는 그 이후 동네 라이벌인 아틀레티코에 리그 타이틀을 내주질 않나, 3위로 마무리를 하질 않나, 유독 리가와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팀 기록

-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에서 열한번째로 33번 리그 우승을 한 팀이 되었습니다.

- 이번 시즌 역시 팀 득점은 100골을 넘었습니다 (09-10 시즌부터 7시즌째 연속).

- 가장 관중이 많았던 경기는 81,044명으로 엘 클라시코, 가장 적었던 경기는 61,568명인 셀타 경기였습니다. 이번 시즌 베르나베우 총 관중수는 1,321,196명이었습니다.

- 대승 경기가 많지 않았지만 하여튼 가장 크게 이긴 경기는 6-1로 이긴 레알 베티스 원정, 가장 크게 진 경기는 2-1로 진 세비야 원정 (아오).

- 홈 득점이 가장 많았던 경기는 5-2로 이긴 오사수나, 원정 득점이 가장 많았던 경기는 6-1 베티스 원정.

- 리그에서는 6경기 연승이 가장 긴 기록이었고, 16경기 무패 기록도 있습니다.

- 3월에 있었던 베티스전 2-1 역전승은 48경기 연속 득점을 하며 종전 1963년 벤피카가 세웠던 47경기 기록을 넘어서는 기록이었습니다 (지난 맨시티전 0-0 무승부 이후로 리셋되었던 기록).  말라가전에서 득점하며 64경기 연속 득점으로 신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 이번 우승은  홈에서 얻은 승점보다 원정에서 얻은 승점이 많은 첫 시즌입니다 (홈에서 46점, 원정에서 47점). 종전에 그렇게 우승했던 유일한 팀은 95-96 시즌 아틀레티코 뿐입니다 (홈 43점, 원정 44점).

- 레알 마드리드 스쿼드에서 리그 우승이 없었던 선수는 무려 열여섯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여덟명만 11-12 리그 우승 당시 팀에 있었다고 (호날두, 라모스, 페페, 마르셀로, 벤제마, 모라타, 바란, 코엔트랑. 나초는 스쿼드엔 있었지만 출전 기록이 없어서 인정되지 않았다고). 물론 크로스와 하메스는 이전 소속팀에서 리그 우승 경험이 있습니다. 

선수 기록

- 언제나 그랬듯이 팀내 최고 득점은 호날두 (25골). 뒤를 이은 모라타 (15골)와 벤제마 (11골), 이스코 (10골) 순입니다.

- 호날두는 29경기 선발 출장으로 팀내 선발 출장 1등. 바로 뒤를 라모스와 크로스가 28경기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경기 수로만은 1등이 바스케스 (33경기), 이스코와 마르셀로 (30경기). 출장 분수로 따지면 호날두, 크로스, 라모스, 나바스로 역시나 공무원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어시스트 1등은 역시나 크로스 (12개), 2등은 마르셀로 (10개). 뒤를 잇는 이스코 (8개), 루카스 (7개)와 하메스, 호날두 (6개)입니다. 

5년만의 우승이라 더 반갑고 귀하게 느껴지네요. 이제는 카디프를 향해서! #APorLa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