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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ürich

2018 바젤월드

keysmet 2018. 4. 16. 04:10

음 블로그 들어와봤더니 마지막 업데이트가 일년 전 5월이고 그렇네요. 5월 뉴욕 이후로 유럽에 돌아와서 소소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계에 관심을 가진 이후부터 노래를 부르던 바젤월드를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이미 충분히 늦었지만 지금 쓰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안할 걸 알기에 소파에 뻗어서 각잡고 쓰는 포스팅.

 
1.
들어가기 전에,

바젤월드는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열리는 시계, 보석 박람회이다. 지난 해 (2017년) 열린 바젤월드가 100주년을 맞았을 정도로 오래 된 트레이드쇼인데, 올해엔 규모가 반정도로 축소되어 아쉬웠음. 비싸고, 리테일의 관심이 디지털로 옮겨가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브랜드들과 시계, 보석 박람회인데 시계가 메인이 된다며 이탈리아 쥬얼리쇼로 옮겨버린 보석 브랜드들이 많았다고 한다. 망해간다고 쉬쉬하며 2020년엔 아예 쇼가 끝날거라는 루머도 돌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는 막차를 타서 그저 신났을 뿐이었고 여튼 규모가 축소되며 쇼 일정도 이틀인가 뚝 잘라먹은 5일이 되었고, 일반에게 공개되는 건 마지막 이틀이었다. 그 중 마지막 날에 태그호이어 게스트로 초대되어 다녀온 뒤 남기는 기록. 별 건 아니고 (...) 학교 행사 참석하고 그 일환으로 초청 받았음.

2.
다들 스위스 학교에서 참석했고 나만 파리에서 합류했기 때문에 새벽 같이 일어나서 리옹역에서 떼제베를 타고 바젤로 출발했다. 기차에서 진짜 기절... 그 전날 생각지도 않게 일식 레스토랑에서 carte blanche 디너하게 되는 바람에 빵빵하게 부푼 배로 집에 엄청 늦게 기어 들어갔기 때문에. 여튼 떼제베를 세시간쯤 타면 프랑스 시골인지 스위스 마을인지 한국 시골인지 모를 전원풍경을 실컷 보며 바젤에 도착한다. 스위스에서 한학기를 보냈어도 바젤은 안와봤는데 (왜 가냐는 반응이 대다수였음) 여튼 여느 스위스 도시답게 별로 크지는 않다.

미팅 포인트와 시간이 열시 사십오분이었는데, 기차가 역에 도착한건 열시 반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스위스인보다 시간관념이 투철해서 늘 일찍 도착하곤 하는데 (차라리 20분 일찍 도착해서 시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편하다) 이날은 당일치기로 기차표를 끊으려다보니 도저히 그 시간대 기차말곤 찾을수가 없었다. 여튼 나는 나와 구글맵을 믿지 않기 때문에 휙 택시를 타고 메쎄 바젤에 도착함.



출처: http://misskeysmet.tistory.com/135 [#MissK]

음 블로그 들어와봤더니 마지막 업데이트가 일년 전 5월이고 그렇네요. 5월 뉴욕 이후로 유럽에 돌아와서 소소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계에 관심을 가진 이후부터 노래를 부르던 바젤월드를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이미 충분히 늦었지만 지금 쓰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안할 걸 알기에 소파에 뻗어서 각잡고 쓰는 포스팅.
 
1.
들어가기 전에,

바젤월드는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열리는 시계, 보석 박람회이다. 지난 해 (2017년) 열린 바젤월드가 100주년을 맞았을 정도로 오래 된 트레이드쇼인데, 올해엔 규모가 반정도로 축소되어 아쉬웠음. 비싸고, 리테일의 관심이 디지털로 옮겨가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브랜드들과 시계, 보석 박람회인데 시계가 메인이 된다며 이탈리아 쥬얼리쇼로 옮겨버린 보석 브랜드들이 많았다고 한다. 망해간다고 쉬쉬하며 2020년엔 아예 쇼가 끝날거라는 루머도 돌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는 막차를 타서 그저 신났을 뿐이었고 여튼 규모가 축소되며 쇼 일정도 이틀인가 뚝 잘라먹은 5일이 되었고, 일반에게 공개되는 건 마지막 이틀이었다. 그 중 마지막 날에 태그호이어 게스트로 초대되어 다녀온 뒤 남기는 기록. 별 건 아니고 (...) 학교 행사 참석하고 그 일환으로 초청 받았음.

2.
다들 스위스 학교에서 참석했고 나만 파리에서 합류했기 때문에 새벽 같이 일어나서 리옹역에서 떼제베를 타고 바젤로 출발했다. 기차에서 진짜 기절... 그 전날 생각지도 않게 일식 레스토랑에서 carte blanche 디너하게 되는 바람에 빵빵하게 부푼 배로 집에 엄청 늦게 기어 들어갔기 때문에. 여튼 떼제베를 세시간쯤 타면 프랑스 시골인지 스위스 마을인지 한국 시골인지 모를 전원풍경을 실컷 보며 바젤에 도착한다. 스위스에서 한학기를 보냈어도 바젤은 안와봤는데 (왜 가냐는 반응이 대다수였음) 여튼 여느 스위스 도시답게 별로 크지는 않다.

미팅 포인트와 시간이 열시 사십오분이었는데, 기차가 역에 도착한건 열시 반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스위스인보다 시간관념이 투철해서 늘 일찍 도착하곤 하는데 (차라리 20분 일찍 도착해서 시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편하다) 이날은 당일치기로 기차표를 끊으려다보니 도저히 그 시간대 기차말곤 찾을수가 없었다. 여튼 나는 나와 구글맵을 믿지 않기 때문에 휙 택시를 타고 메쎄 바젤에 도착함.


출처: http://misskeysmet.tistory.com/135 [#MissK]

음 블로그 들어와봤더니 마지막 업데이트가 일년 전 5월이고 그렇네요. 5월 뉴욕 이후로 유럽에 돌아와서 소소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계에 관심을 가진 이후부터 노래를 부르던 바젤월드를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이미 충분히 늦었지만 지금 쓰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안할 걸 알기에 소파에 뻗어서 각잡고 쓰는 포스팅. 와 농담 아니고 티스토리 폰트, 자간 편집 같은거 왜 이따위죠

1.
들어가기 전에,

바젤월드는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열리는 시계, 보석 박람회이다. 지난 해 (2017년) 열린 바젤월드가 100주년을 맞았을 정도로 오래 된 트레이드쇼인데, 올해엔 규모가 반정도로 축소되어 아쉬웠음. 비싸고, 리테일의 관심이 디지털로 옮겨가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브랜드들과 시계, 보석 박람회인데 시계가 메인이 된다며 이탈리아 쥬얼리쇼로 옮겨버린 보석 브랜드들이 많았다고 한다. 망해간다고 쉬쉬하며 2020년엔 아예 쇼가 끝날거라는 루머도 돌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는 막차를 타서 그저 신났을 뿐이었고 여튼 규모가 축소되며 쇼 일정도 이틀인가 뚝 잘라먹은 5일이 되었고, 일반에게 공개되는 건 마지막 이틀이었다. 그 중 마지막 날에 태그호이어 게스트로 초대되어 다녀온 뒤 남기는 기록. 별 건 아니고 (...) 학교 행사 참석하고 그 일환으로 초청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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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스위스 학교에서 참석했고 나만 파리에서 합류했기 때문에 새벽 같이 일어나서 리옹역에서 떼제베를 타고 바젤로 출발했다. 기차에서 진짜 기절... 그 전날 생각지도 않게 일식 레스토랑에서 carte blanche 디너하게 되는 바람에 빵빵하게 부푼 배로 집에 엄청 늦게 기어 들어갔기 때문에. 여튼 떼제베를 세시간쯤 타면 프랑스 시골인지 스위스 마을인지 한국 시골인지 모를 전원풍경을 실컷 보며 바젤에 도착한다. 스위스에서 한학기를 보냈어도 바젤은 안와봤는데 (왜 가냐는 반응이 대다수였음) 여튼 여느 스위스 도시마을답게 별로 크지는 않다.

미팅 포인트와 시간이 열시 사십오분이었는데, 기차가 역에 도착한건 열시 반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스위스인보다 시간관념이 투철해서 늘 일찍 도착하곤 하는데 (차라리 20분 일찍 도착해서 시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편하다) 이날은 당일치기로 기차표를 끊으려다보니 도저히 그 시간대 기차말곤 찾을수가 없었다. 여튼 나는 나와 구글맵을 믿지 않기 때문에 휙 택시를 타고 메쎄 바젤에 도착함.

 

바젤월드를 검색하면 항상 뜨는2013년에 대대적으로 보수공사를 마친 매우 현대적인 메쎄 바젤

 

역시나 스위스 애들보다 내가 먼저 도착했고 (나는 국경을 건너왔는데 말이야) 태그 호이어 마케팅 담당자분을 만나 티켓을 받고 그 날 일정 설명을 들었다. 바젤월드가 일반에게 공개는 되었지만, 각 브랜드들과 사전 예약이 없다면 따로 시계를 착용해보거나 특정 컬렉션 시계를 보거나 할 수는 없고 부스에 전시된 걸 구경하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고 한다. 일반에 공개하는 의미가 없다며 그 분도 자학개그 비슷한 코멘트를 하심. 우린 태그 호이어 게스트 겸 LVMH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LVMH 산하의 네 브랜드들과 따로 예약을 잡아서 돌아본 뒤 다른 부스들은 자율적으로 구경하면 된다고 하셨다.

SIHH는 리슈몽이 꽉 잡고 있다면 (그리고 AP) 바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LVMH 그룹이 중점을 두기 시작했는데 (왜겠어🤔)  아니나 다를까 메쎄 들어서자마자 입구에 지어진 부스들 네개가 전부 LVMH 산하 브랜드들이었다. 2층, 3층짜리 메가부스들인데 역시나 짓는데 몇억은 우습게 들어간다는 걸 보여주듯 고급스러움! 미래지향! 냄새가 아주 풀풀 풍겼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지.

 

3. 시작은 태그 호이어. 마케팅 담당, HR 디렉터님 등등 인사하고 라운지를 지나 2층 미팅룸들 중 하나에 들어갔더니 라인업별로 시계를 쭉 이미 가져다 놓고 계셨다. 커피랑 물 먼저 낼름 받아 마시고 천천히 간략한 브랜드 연혁과 컬렉션 설명을 들었다. 근데 항상 느끼지만 대체 럭셔리 브랜드들 파워포인트는 구린걸까 난 아직도 샤넬 리크루팅 파포의 구림에 충격 받은 기억이 생생함.

 

하여튼 처음 시작은 이렇게 시계 라인업을 쫙 보여주면서 시작. 아무래도 트레이드쇼다 보니 새로 발표한 시계들에 중점을 두면서 설명 해주셨고, 중간중간 다른 룸에서 바이어들 보여줘야 한다며 설명 끝나기 기다렸다 얼른 채가시고 그랬음.

역시 아시아권에서 강세를 보인다며 우리 브랜드가 합리적인 가격대로 고급 기술을 선보이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지! 하지만 북미에선 그다지 인기는 아니야, 왜냐면 미국인들은 우리 브랜드를 제대로 발음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지 같은 조크 하면서 설명하심. 아니 HR담당자가 그런 조크 해도 됩니까? 훌륭한 프랑스와 스위스의 조화였다.

왼쪽이 미팅룸과 시계들, 가운데는 바이퍼 뚜르비용 한정판, 오른쪽이 태그호이어x뱀포드 모나코 한정판

 

지난해쯤부터 유난히 강세인 레트로 디자인의 카레라 라인은 흰 다이얼 바탕에 오렌지 액센트가 들어가 레트로 느낌이면서도 촌스럽지 않았고,커넥티드 워치랑 커스텀 시계줄이 또 핫하게 떠오르며 여성용 라인도 보여주셨는데 (첫번째 사진에 하얀 박스가 여성용 시계 박스. 안에 시곗줄 컬러별로 여덟갠가 들어있었음) 대체 왜 시계 업계는 심플한 다이얼에 보석 때려박고 시곗줄 컬러면 파스텔로 알록달록 만들면 여성용 시계 완성☑️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여튼 저 라인업은 1분 내로 시계줄 교체가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완전 낫마이취향이었다. 태그호이어 GMT도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나에게 GMT란 롤렉스와 동의어라서 (...)

 

바젤월드의 꽃은 신제품 출시과 구경이고, 물론 우리도 태그 호이어 노벨티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가운데 사진이 카레라 라인 55주년을 기념해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하고 Tête de Vipère 인증마크를 단 뚜르비용과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바이퍼 뚜르비용. 155개 한정 발매. 오른쪽이 최초의 사각형 크로노그래프 시계로 유명세를 탄 모나코 50주년을 맞이해 (출시는 1969년이라 내년이 50주년이지만 저 시계가 부티크에 깔리는 건 그쯤일테니) 뱀포드와 모나코 리미티드 에디션. 500개 한정 발매. 한정판인데 이렇게 디스플레이용으로 써도 되는거에요? 질문하니까 얘넨 전시 목적으로 따로 생산하는 피스들이라고 하셨다. 어쩐지 리미티드 에디션 시리얼 넘버가 비어있더라.


 

'일반 공개도 하면서 굳이 사전 예약 잡는건 의미 없는 일'이라고 코멘트 한 태그 호이어답게 부스 외부에 이렇게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만져보고 구경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어 놓았는데 (커넥티드 시계 한정) 물론 태그 호이어 가격대도 그렇고 파텍이 막 만져보라고 자기 피스들을 내놓진 않겠지만 아이패드로 슥슥 구경하고 원하는 필터를 지정해 검색하면 해당 시계에 조명이 팟 켜지거나 시계가 있는 패널이 뒤집어지면서 다른 시계 컬렉션들이 나타나는 등 전반적으로 창의적이고 innovative한 부스였다.

물론 카레라, 모나코 라인 시계들은 유리 상자 안에 넣어져 전시 되고 있었지만 전 바젤월드 전시장을 통틀어 이렇게 많은 종류의 시계들을 만져보라고 내놓은 건 태그 호이어가 유일했다. 브랜드 이미지와 디지털 마케팅이 노선을 잘 택해 충돌이나 삐끗대는 것 없이 비교적 잘 풀려나가는 브랜드다웠음.

브랜드 정체성에 아방가르드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데 (특히 CEO 장클로드 비버 할아버지 아방가르드! 이 단어 굉장히 좋아하시는 듯) 디자인, 스포츠와의 깊은 연관성, 커넥티드 워치 등 정체성과 아주 잘 부합하고 있는 브랜드라 역시 LVMH 싶었다.

동네방네 스포츠 스타들 데려다가 #Don'tCrackUnderPressure 이런거 해도 얘넨 그 유구한 모나코 그랑프리와 카레라와의 역사가 있으니까 오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기술과 소재의 첨단을 달려야 하는 F1 이미지 적절히 데려다 신소재! 첨단! 마케팅에 잘 써먹고 있으며, 그렇다고 스위스 시계 정체성이 묻히는 건 아니라 그 와중에 (심지어 엄청 합리적인 가격에) 뚜르비용 개발해서 생산하고 그러니까.

아니 그리고 일단 모델이 디카프리오, 호날두, 막 이렇잖아요, 시계 차는 법을 몰라 손에 두른 (...) 거야! 하면서 밈화 되긴 했지만. 이거 태그 호이어분들도 알아서 간간히 셀프 자학 하시는데 소소하게 웃겼다.

 

 

 

 

4. 두번째는 LVMH 브랜드들 중에서 가장 조용한 편에 속하는 제니스. 최초로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를 개발한 브랜드로, 엘 프리메로 무브먼트는 이미 시계사에 전설로 남은 역사적인 브랜드다. 무브먼트를 롤렉스, 파네라이 등 시계 명가에도 공급했던 제니스는 LVMH에 인수되고 롤렉스도 자체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하며 지금은 주로 LVMH 브랜드들에 무브먼트 수급을 하고 있는 듯. 하여튼 엘 프리메로는 제니스의 자존심으로 몇 세대에 걸쳐 변화해 온 메종의 역사나 다름없다. 올해 바젤에서 제니스는 다시 한번 크로노그래프 명가의 자존심을 살려 1/100초까지 잡아내는 Defy 21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음.

 

역시 태그 호이어 옆에 위치한 부스 2층으로 올라가 쇼장이 내려다보이는 미팅룸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도 이미 모든 라인의 시계를 가져다 놓으시고 장갑까지 세팅해 놓으셨음. 유리창 건너편으로 위블로 부스의 어마어마한 전광판이 번쩍이고 있었다. 시계를 좋아해도 제니스는 나름 조용한 브랜드이기에 유럽 마켓 리테일 디렉터님이 간략하게 브랜드 역사를 설명해주셨고, 시계 구경을 시작했다. 모든 시계가 전부 오픈백이었고 별 모양의 무브먼트를 구경할 수 있어서 독특하기도 했다.

엘 프리메로 투르비용, 파일럿 워치, 여성용 시계를 거쳤고 제로 G 모델도 만져볼 수 있었다. 파일럿은 너무 IWC 마크 시리즈를 연상시켰고 두께가 어마어마했다. 심지어 같이 구경했던 남자들도 저건 못차겠다며 절레절레 할 정도로. 하지만 레트로 느낌이 귀엽긴 했음. 그리고 지난해 발표된 제니스 랩에서 지금까지 단 세개만 생산했다는 Defy Lab 모델도 구경했다. 나는 스프링이 어쩌고 반동이 어쩌고 대충 듣고 구경에 집중했고 (...) 티타늄따위 더이상 신소재가 아니라는 듯 이름도 생소한 소재를 차용해 만들어진 데피 랩 모델은 제니스가 개발한 오실레이터로 중력의 영향을 완전히 잡아낸 그야말로 혁신적인 시계다. 지금 오실레이터는 구의 형태로 시계 6시 방향에서 찾아볼수 있었는데, 점점 소형화를 해가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스위스 비츠 (아직도 누군지 모르겠지만) 와 콜라보레이션 한 리미티드 에디션도 구경했다. 프로듀서가 강력히 오렌지 스트랩을 원해서 그렇게 만들었다 했다. 화이트 세라믹 데피21, 제로 G, 데피 엘 프리메로, 좋은 건 다 때려박았는데 그 놈의 오렌지 스트랩이 모든 걸 망쳐놨더라. 세개 한번에 묶어서 판매되고 가격은 얼마였는지 기억도 안남, 한 2-3억 하겠지 응.

 

전부 엘 프리메로 라인업 시계들. 처음엔 장갑 끼고 만져봤는데 걸리적거려서 금방 벗었다 (...)

 

 

문제의 스위스 비츠 리미티드 에디션 시계들
5. 세번째는 가장 시끄럽다고 (...) 할 수 있는 위블로. 위블로에선 지하 프레스룸으로 내려가서 구경했다. 축구와의 강한 연관성을 강조하며 (프레스 이벤트에서 아예 마라도나, 우사인 볼트 데려다 축구 매치를 했다) 사방에 축구 사진, 그림을 붙여놓은 위블로는 역시나 이번 월드컵 공식 스폰서다. 역시나 핫하고 시끄러운 브랜드임을 입증하듯 PR담당자님은 쿨하게 헤리티지 설명은 스킵하시고 곧바로 시계 설명에 들어가셨다. 이번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신제품들 중 세가지정도 구경할 수 있었다.

빅뱅 사파이어 앞, 뒷면; 빅뱅 우니코 레드 매직
첫번째로는 완전히 투명한 사파이어 케이싱이 화제를 모았던 빅뱅 사파이어 뚜르비용. 지난 해에도 투명한 케이싱의 시계를 출시했었지만 이번 빅뱅 뚜르비용은 뚜르비용 케이싱까지 모두 사파이어로 제작되어 한단계 더 진화했다. 앞 뒤가 모두 투명해 시계 안쪽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모습이 인상 깊음과 동시에 역시 위블로다웠다. 99개 한정판으로 제작되며 벌써 오더가 끊이지 않는다고.

두번째는 최초로 선명한 레드 컬러를 세라믹에 입히는데 성공한 빅뱅 우니코 레드 매직. 롤렉스에서 GMT 마스터 II 플래티넘 모델 펩시 버전 (빨강/파랑 베젤) 출시에 성공하며 레드도 가능을 알리고 올해엔 스틸버전까지 출시했지만 선명한 레드라기엔 좀 아쉬웠는데 위블로 빅뱅은 정말 선명한 레드였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내 네일 컬러가 레드와 버건디 그 중간 어디쯤인데 시계와 비교하니 확실히 버건디였을 정도로 쨍한 빨강이었다. 역시나 PR담당자님은 이게 진짜 레드라며 은은한 롤렉스 디스를 시전하셨다. 두 피스 다 직경 45mm라 정말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누가 차... 싶다가도 위블로는 큰게 멋이니까 응 예쁘네... 싶고.

 

저 스트랩을 돈 주고 산다고요? 싶었던 국가 스트랩; 심판용 아대형 워치. 참신했다.
세번째는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식 타임키퍼로 출시한 위블로 최초/유일/마지막 스마트 워치. 심판을 위해 제작된 시계라 이름도 레퍼리 워치였는데 일반에게도 당연히 판매되며 역시나 2018개 한정판. 구매자 국적이나 최애팀에 맞춰 커스텀이 가능하며 (스트랩이 러버 스트랩, 국기가 박힌 레더 스트랩, 심판용 아대 세 종류였다) 벌써 오더 들어갔다고. 우리가 본 모델은 아대에 들어간 모델이었는데 (진짜 심판용), 경기 시작 전 알림, 경기 중 라이브 업데이트, 스케줄 등 전형적인 스마트 워치의 기능이 들어가 있었다. 안드로이드 기반이고 액정은 아몰레드라고. 기념용이고 절대 앞으론 스마트 워치 계획이 없다고 못박으시는 걸 보니 정말 기념용으로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이미 지난해부터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컨페드컵에서 실사용하고 심판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된 파이널 버전이라고 하셨다. 너네 이 모델 있는지 몰랐지? 그럴 줄 알았어, 컨페드컵은 아무도 보지 않으니까라는 소소한 디스도 하시고... 아대에 시계가 있는 모양이 역시 참신하긴 했다. 다들 러닝 갈때 차면 좋겠다! 라며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조깅하려고 7-8천 유로짜리 스마트 워치? 난 잘 모르겠읍니다.

 

기타 등등에 속하는 라인업. 아랫줄이 어메이징 MP11 사파이어와 카본 버전
그리고 나머지는 LVMH 산하의 벨루티와 콜라보레이션한 위블로x벨루티 클래식 퓨전 시계 (스트랩과 베젤의 가죽이 벨루티에서 수급해온 이탈리아 가죽), 사파이어와 카본 버전의 MP11 (일단 디자인이 super duper cool했고 파워 리저브 표시되는 창이 너무 멋있었음), 빅뱅 우니코 42mm 로즈골드, 이탈리아 무슨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벨벳 다이얼과 스트랩 모델과 벨벳 선글라스 등등이었다. 써놓고 보니 신제품 다 구경한듯...

올린스키 버전. 왼쪽이 이번에 새로 나온 킹골드 버전, 가장 오른쪽이 제일 마음에 들었던 카본 버전. 가운데는 티피컬 위블로 버전 (...)
하지만 내 최애는 리처드 올린스키와 협업한 위블로 크로노그래프 카본 버전이었다. 올린스키 특유의 각짐각짐함이 잘 드러나는 베젤이 카본과 만나니 이건 형용할 수 없는 멋짐이었음. 이번 바젤에서 출시된 킹골드 버전도 멋졌지만 소위 간지는 카본, 블랙 카본. 와 정말 어쩜 저렇게 멋진지 나도 무리해서 손목에 차봤는데 역시나 손목을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다이얼과 두께 (...) 위블로를 멋지다고 생각은 하지만 개인적으로 절대 차진 않을 거였는데 저 버전이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고 저거 차신 남자분 있으시면 사랑에 빠질 것 같아요 (응?)
6. 마지막은 불가리였다. 보석 메종으로 어쩌면 바젤월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LVMH 브랜드였는데, 여기에선 부스 미팅룸 대신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피스들 투어를 시켜주셨다. 이탈리안 시계 전문가 할아버지가 설명해주셨는데 원래 시계 칼럼니스트셨었다고. 매우 스위스-프렌치했던 다른 세 브랜드와는 역시 확 느낌이 달랐다.

처음은 불가리의 이름을 드높인 투보가스 컬렉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클레오파트라에 출연할 때 실제 착용했었다는 투보가스 목걸이에서부터 100년 전 커스텀 오더를 받아 제작했던 시계들을 구경했고, 100주년을 맞아 기념으로 새로 출시된 시계도 있었다. 그 중 가장 좋았던건 골드, 로즈골드, 플래티넘 세가지가 한 스트랩에 담긴 헤리티지 컬렉션 피스였다. 너무너무 예쁘고 독특했음. 그리고 여성용 시계 섹션으로 넘어갔는데, 역시 주얼리 명가답게 아기자기 예쁜 여성용 시계가 많았다. 역시나 최애는 신제품인 세르펜티 두줄 스트랩.

불가리 부스, 옥토와 세계기록 인증샷
하지만 불가리 시계의 정점은 옥토 시리즈죠.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는 걸로 유명한 감각적인 디자인의 옥토. 피아제가 올해 SIHH에서 4.33mm 두께의 알티플라노를 공개하며 다시 울트라씬 무브먼트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하며 시끌시끌했는데 이번 바젤월드에서 불가리는 1.95mm 칼리버의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 뚜르비용을 공개하며 다시 세계 타이틀을 가뿐히 (...) 되찾아왔다. "이정도는 되어야 울트라씬이지!" 하면서 소소하게 피아제 디스해주시는데 너무 웃겼다. SIHH 이후 불가리가 예전 같이 않네, 얘넨 경쟁에서 밀렸네 하던 얘기들이 상처이셨었나 봄. 하긴 초박형 세계 기록을 네개나 가지고 있는 불가리로써는 억울할 수 밖에 없었겠지 싶다. 미닛리피터 기록까지 가지고 있는데! 하면서. 그리고 새로 공개되었다는 로즈골드 옥토는 유니섹스도 가능하다 싶을만큼 얇고 예뻤다. 물론 디자인이 다분히 남성적이긴 하지만.

여담으로 열심히 제일 앞줄에서 경청하고 있는데 자꾸 내 쪽을 보시길래 뒤에 VIP 고객이라고 있나, 싶어서 뒤돌아보니까 담당자님이 아니야, 네 시계 본거야 하셔서 살짝 당황했다. 완전 dainty한 쪼꼬미 발롱블루 차고 갔는데 굳이 집어내시길래 엇 불가리 아니에요, 죄송함다~ 했더니 아니라구 자긴 원래 시계 칼럼니스트여서 좋은 시계를 볼 줄 아는 눈이 있다며 칭찬해 주셨다. 그래놓고 그 다음에 우리 가장 큰 경쟁자가 누군지 알아? 까르띠에야 하셔서 엄청 민망했지만. Subtle하게 디스하시는게 이탈리안이 아니구 프렌치라 해도 믿었을 듯<
7. 아이고 기빨린다. 하여튼 네 브랜드들을 다 돌아보고 물, 커피, 샴페인까지 야무지게 찾아마셨다. 그 후엔 참여했던 프로젝트 홍보용 영상도 찍고, 태그 호이어 라운지에서 간단히 핑거푸드와 샴페인을 마시며 HR 디렉터님과 수다를 떨었다. 와중에 태그 호이어에서는 감사하게도 선물까지 챙겨주셨다! 태그 호이어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와 CEO인 장클로드 비버가 가지고 있는 목장(...)에서 직접 만드신 치즈 한 덩어리씩. How more Swiss can it get?

 

 

 

 

 

파텍, 롤렉스, 글라슈테. 롤렉스는 왜 저 예쁜 베젤에 쥬빌리 브레이슬릿을 끼얹어야만 했는가 아 망했어요.
그리고 바젤월드 마지막 날은 네시까지기 때문에 늦을까 싶어서 얼른 롤렉스와 파텍 부스를 찾아나섰다. 펩시 GMT 스틸이랑 연어색 다이얼 5270P 구경할 기회를 놓칠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파텍 부스를 돌다보니 작년 여름에 뉴욕에서 본 Grand exhibition 기념 한정으로 나왔던 5531 미닛리피터 버전의 스위스 버전도 발견했다. 역시 시계에 영원한 한정판이란 없는 듯 슥슥 돌아다니면서 커피테이블 책 뺨치는 카탈로그와 팸플릿들을 쓸어 담고 (롤렉스 쇼핑백 고마워요... 라지 사이즈라 모든게 다 들어갔다. 대신 한 5킬로쯤 나가서 다음날 어깨 빠질뻔 한건 함정) 파리행 기차를 탔다. 파리 돌아오니 벌써 저녁 시간이었고 그 다음날 난 학교 프로젝트 미팅이 있었고...

당일치기 한다고 무리하긴 했지만 학생 신분으로 초청 받아 다녀오는 다시 없을 기회였기 때문에 전혀 후회는 없었다. 졸업하기 전에 바젤이든, SIHH보러 제네바든 다녀오겠어! 마음 먹었었는데 버킷 리스트를 체크하게 되어서 영광이었고, 이렇게 하나씩 목표에서 지워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난감 가게 들어간 일곱살 마냥 신나서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다음날 얻은 건 근육통이었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쌍수 들고 환영할 경험이었다. 어디 가서 초청 받고 기차 티켓 경비 처리 받으면서 바젤월드를 다녀오겠어... 다음번 바젤월드는 업계 관계자로 참석하는 꿈을 꾸면서 포스팅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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