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여기엔 270개의 지하철역이 있고, 최근 주말 오후엔 많은 사람들이 밝은 색깔의 셔츠들과 스카프를 입고 사방으로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빨간 옷을 입은 아버지들과 아들들은 홀로웨이 로드로 향했습니다. 파란옷을 입은 가족은 디스트릭트 라인의 풀햄 브로드웨이행 지하철을
탔죠. 이 색깔들은 섞이고 어우러져, 거의 매주 토요일 영국의 수도에서 생기곤 하는 영광스러운 장식을 만들어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이 곳 충성심의 단적인 '숫자'는 고무적인 동시에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뉴욕이 여러 스포츠에서 여러 구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스포츠 허브로 알려져 있는 반면, 이곳 런던에선 하나의 메트로폴리탄 도시에 세개의 하키팀이 '많다'라는
생각은 웃음거리가 될뿐입니다. 축구팀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 이 600평방마일의 면적에 8.2million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도시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팀에게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며, 때때로 광적이기까지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의 크기를 감안했을때, 숫자들은 놀랄만큼 인상적입니다: 이번 시즌에만 영국 축구 리그에서 (영국의 승격-강등 시스템의 상위 4개
리그) 런던을 연고로한 열네개팀이 경쟁했습니다. 만약 도시 변두리에 위치한 왓포드를 포함한다면, 총합은 열다섯팀이 되고, 이건
프리미어리그의 여섯개팀과 2부리그인 챔피언십의 세팀을 포함한 숫자입니다.
이번주 토요일만 놓고 봐도, 여섯개의 런던팀들이 - 프리미어리그 네팀, 챔피언십 두팀 - 홈게임을 치릅니다 - 말하자면 단 하루의
오후동안 많게는 15만명에 달하는 팬들이 웨스트민스터 애비에서 10마일 이내에 모여있는 경기장을 찾을거라는 뜻이죠.
영국 스포츠 역사학자인 사이먼 잉길스는 '축구적인 면에서, 아니, 스포츠적인면에서 런던 같은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대학 논문 주제거나 뭐 그런것들이에요, 답을 구하려고 하는거죠. 많은 부분에서 이건 거의 광기에 가깝습니다.'
광기라, 맞는말이죠. 아스날. 첼시. 토트넘. 풀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퀸즈 파크 레인저스. 이 팀들은 1부리그의
여섯팀들이구요, 하부리그의 - 아주 작은 바넷이나 다겐햄&레드브리지 같은 - 팀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은 부분에서,
1부리그 팬들만큼이나 열정적입니다.
그래서, 영국축구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런던의 팀을 고를까요? 많은 팬들은 '아주
조심스럽게'라고 대답합니다. 응원팀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말해줄수 있고, 축구에 미친 이 도시에선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혹은 윤리적 스탠스를 말해주는 표시가 될수도 있습니다.
충실함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존 메이어 총리의 내각 관료중 하나였던 전 정치계 인사인 데이빗 멜로어 (David
Mellor)는 그가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풀햄에서 첼시로 응원팀을 바꿨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엄청난 혹평을 받았습니다. 스포츠 헤리티지에
대한 시리즈물인 "Played in Britain" 의 에디터이기도 한 잉길스는 모든 영국인들이 상대방이 응원하는 팀에 따라 그
낯선 사람의 품성을 가늠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예를 들어서, 새는 수도꼭지를 고치기 위한 배관공이 브렌트포드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면 그건 그가 "매우 충실하고 헌신적인"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브렌트포드는 1889년에 창단된, 지금은 3부리그에 있는 팀이고, '글로리 헌터'로 불리는 팬들이 쉽게
응원할만한 팀이 아니기 때문이죠.
"첼시 셔츠를 입은 사람보다 이 배관공을 더 신뢰한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에요," 잉길스는 말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죠. 왜 아니겠어요. 이건 다른 사람들을 대할때 큰 영향을 미치는 그런 것이니까요."
런던의 많은 팬들에게, 어느팀을 응원할까 하는 선택은 거의 정략결혼과도 같습니다. 토트넘의 마케팅 부서에서 실시한 리서치에 따르면,
많은 어린이들은 평생 응원할 팀을 10살이 될때까지는 정하게 되며, 스포츠 충성도는 가족 전통의 일부분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아버지, 혹은 형이나 어머니, 삼촌의 팀이 당신의 팀이 되는거죠. 어떤 사람들에게 이건 축복이 될수도, 저주가 될수도 있습니다.
올해 여름 8살이 되는 아이들은 아스날이 우승하는걸 한번도 보지 못한 아이들이죠.
하지만 런던의 모든 사람들이 태어날때부터 한팀을 응원하는 건 아닙니다. 국가통계원에 따르면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영국의 다른
지방에서 매년 런던으로 이주해오고, 런던시민 세명 중 한명은 영국 밖에서 태어난 이들이라고 합니다. 이 이민자들은 자연스럽게
응원할 팀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되죠.
지리적인 요인은 전통적으로 영향력 있는 요소였습니다. 런던팀들은 도시에 넓게 분포해있고, 작은 클럽들은 더 많은 지역적인 팬층을
갖고 있습니다. 웨스트햄은, 이름과는 달리, 이스트 런던에 사는 팬들의 퍼스트클럽입니다. 크리스털 팰리스와 찰튼은 런던 남부에
위치해 있죠.
관광객들을 위해 디자인된 유명 웹사이트인 런던 풋볼 가이드를 운영하는 제임스 도씨는 '클럽이 작을수록, 지역 사회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제가 가장 처음 갔던 경기가 QPR 경기였기 때문에 QPR팬이 되었어요, 그리고 경기 외적으로도 많은 팬들이 클럽과 교류를 하는걸 볼수 있죠. 이웃의 하나로 느껴지는 겁니다'라고 그가 덧붙였습니다.
보통 역사적인 명성에 뿌리를 둔 클럽의 색깔(성격)은 동시에 팬들에게는 어필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런던의 밀월은
부두노동자들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고,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우린 신경 쓰지 않아"라는 응원가로 대표되는 몇몇 팬들의
투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밀월은 폭력적인 팬들을 갖고 있기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FA컵 준결승전에 오점을 남긴 경기장내 싸움은 그 악명높은 평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헌신적인 팬들은, 자주 그들이 말하듯, 오해를 받고 있는거라고 말합니다.
웸블리 경기장 밖에서 만난 밀월 팬인 잭 피츠제럴드는 '우린 정말 재밌는 사람들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폭력사태는 지나치게 과장돼
있어요. 우린 창의적이라구요. 요샌 다른팀 팬들도 '웃거나 재밌는걸 원하면, 밀월로 가'라는 말을 한다구요'라고 항변합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런던 남서부에 위치한 풀햄은 호의적인 클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적인 'Craven Cottage (겁쟁이
오두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경기장은 템스강변에 위치해, 오후를 보내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경기 당일날엔 다른 런던팀들과는
대조적으로, 거의 항상 바로 티켓을 살 수 있는 빈자리가 남아있죠.
네,
첼시는 풀햄의 라이벌입니다 (두 팀은 1마일 조금 넘는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도의 말에 의하면 많은 팬들은 풀햄에게만은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풀햄이 '런던의 스위스'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홈팬과 원정팬을 나누는게 일반화된 나라에서, 크레이븐 코티지는 영국의 주요 경기장들 중 중립팬을 위한
구역이 있는 유일한 곳이죠.
풀햄 시즌 티켓을 가지고 있는 리처드 랜더는 많은 풀햄 팬들이 그들의 클럽 이미지가 '가벼운 팬층'으로 알려져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어느정도 사실이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풀햄팬이 된 랜더의 계기는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으로 자랐지만, 런던으로 이사한 뒤 경기에 가고 싶어했고, 그래서 그와 그의 아들은 호의적인 풀햄으로 팀을 옮겼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일년에 한번 여기 올때 우린 맨유를 응원해요. 하지만 평소엔 경기에 오는 걸 즐기죠. 맑은 날에 여긴 경기를 보기에 정말 아름다운 곳이니까요.'
놀랍지 않게도, 한때 클럽들을 상징하던 개성들은 이제 유효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아스날과 북런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토트넘은 유태인들이 선호하는 팀으로 알려졌었고, 지금도 많은 팬들이 자신들을 'Yid Army (유태인 군단)'이라고 칭합니다.
하지만 잉길스는 '캐리비안 지역의 흑인 토트넘팬들이 의미는 모르지만 Star of David (다윗의 별)을 달고 응원하는걸 볼수
있죠'라고 말합니다.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건, 이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잘 알려진 팀들이 - 런던의 아스날, 첼시, 토트넘,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 기본적인 마케팅 방법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관점을 가진다는 점도 있습니다. 특히 런던팀들은
수준 높은 영국 축구를 보기위해 영국으로 몰려드는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죠. 팀들은 세계에 걸쳐서 팬층을 형성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토트넘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엠마 테일러에 의하면, 화이트 하트 레인에 경기를 보러오는 토트넘 팬들 중 1/4가 채 안되는 숫자가
근방 10마일 내의 주민들이라고 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전세계의 팬들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면서, 매력적인 팀들은 도시의 반경을
벗어난 팬들이 있다는걸 알아차리고 있죠.
'우리는 최근 시나와 텐센트에 중국 소셜 미디어 채널을 개척했어요. 현지팬들과 세계 여러곳의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다를수도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늘 똑같습니다: 팬들을 클럽과 좀 더 가깝게 만드는것과 그들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주는거죠,'라고 엠마는
설명합니다.
프리미어 리그의 확대된 발자취도 인상 깊지만, 현지팬들의 열정은 아직 영국 축구의 혈관에 남아있고, 그 자취는 런던에서 가장
확연히 드러납니다. 축구리그의 열네개 팀을 제외하고도, 도는 런던 광역 지역에 (기차여행이 가능한 지역) 걸쳐 거의 100개의
축구팀 자료를 모았다고 추산합니다. 논리그팀들이라고 불리는 이 팀들의 서포터들은 보통 굉장히 열정적이고, 이런 작은 경기장의
분위기는 환상적일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옵션이 있음을 고려했을때, 많은 영국 축구팬들이 퍼스트팀이 있고, 보통 퍼스트팀과는 다른 리그에 있는 (같은 리그에
있을때 서로 만나게 되는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세컨드팀"을 가지고 있다는 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헌신적인 QPR팬인 도는 오랜시간동안 리버풀의 충실한 팬이었던 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도와 친구라는 이유도 부분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그 친구는 QPR을 세컨팀으로 선택했고, 최근 QPR이 승격되기 전까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QPR이 승격되었고, 리버풀을 상대로 경쟁하게 되며, 그 친구의 QPR (과 도)에 대한 태도는 급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QPR는 한시즌 후 곧바로 강등당했습니다.)
'갑자기 그 친구가 저한테 세컨드팀이 더이상 없다고 했죠. 리버풀 경기가 없으면 그는 그냥 논리그팀 경기를 보고 싶다고 했고, 그게 다였어요.' 도가 말했습니다.
도는 잠깐 말을 멈추고,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더 나쁜 상황일수도 있었습니다. 런던엔 런던팀을 응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요 - 그사람들은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고 말하죠. 그 어떤것도 그 말보다 나쁘지는 않아요.'